JLPF
제31권 제1호(2026. 4): 031~066
뫼비우스 띠 위의 지방자치:분권은 왜 항상 중앙통제로 되돌아오는가
정성호*
국문요약
본 논문은 한국의 지방자치・분권을 둘러싼 핵심 질문을 ‘분권이 왜 덜 되었는가’가 아니라 ‘분권이 추진되는 방식 자체가 왜 중앙통제를 재생산하는가’로 설정한다. 이를 위해 분권과 통제를 대립항으로 놓지 않고, 분권 장치가 통제 장치로 접속되며 ‘자율을 향해 가다가 통제로 되돌아오는’ 구조를 ‘뫼비우스 띠’로 개념화한다. 본 논문은 재정연방주의의 효율 논리, 연성예산제약에 따른 구제–통제 교환, 다층거버넌스에서 조정의 권력화, 순차적 분권의 경로의존성을 결합하여 분석틀을 구성하고, 분권의 되돌림을 네 가지 접속장치를 통해 설명한다. 첫째, 보조금 세분화, 매칭, 특별계정과 같은 조건부 재정의 확대는 지방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보다 중앙의 규칙 설계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둘째, 성과・평가・감사가 학습 장치가 아니라 배분 관문으로 결합될수록 지방은 정책 실험을 회피하고 중앙의 지침 준수에 수렴하며 정책의 동형화가 강화된다. 셋째, 협약・공모・사전조정 절차의 관문화는 과업 정의, 지표 설계, 패키지 배분 권한을 상향 집중시켜 ‘통합과 조정’을 중립적 효율화가 아니라 의제설정권으로 전환시킨다. 넷째, 초광역・권역화가 특별계정・협약・통합공모 중심으로 추진될 경우, 수평적 협력은 중앙 플랫폼에 종속되어 재중앙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 분석틀을 5극 3특 구상에 적용하면, 초광역 협력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되더라도 추진 수단이 관문형・패키지형 장치로 고정될 때 실현가능성 저하와 재중앙화 위험이 동시에 강화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분권의 과제는 권한 이양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재정 지원이 조건부 통제로 접속되지 않도록 규칙을 재설계하는 데 있다. 특히, 조건부 재정의 단순화・공식화, 성과관리의 정보공개 중심 전환, 권역 내부의 협력 규칙의 우선 정비, 중앙의 역할은 최소화하고 중재 기능으로의 한정, 연성예산제약을 낮추는 재정규율 장치의 결합이 핵심 대안으로 제시된다.
주제어: 뫼비우스 띠, 분권, 재중앙화, 초광역 협력(권역화), 5극 3특
* 한국재정정보원 선임연구위원, E-mail: jazzsh@daum.net